제가 당근 마켓을 시작한 지 진짜 얼마 안 됐을 때 노쇼를 겪고 나서 당근 탈퇴를 하려고 했었어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다음 날 거래가 다시 성사되고 잘 마무리가 돼서 지금까지 간간히 당근 거래를 하고 있었는데요. 물론 중간에 비매너 아줌마도 만나고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역시나 탈퇴를 고민했으나 그때도 어찌 넘어갔어요.
그런데 결국 당근마켓 탈퇴를 하게 된 사건이 하나 발생하게 됩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할까 해요.
사실 포스팅을 하기 전부터 계속 고민을 했어요.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인데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레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야 하니까요. 그래서 쓸까 말까 쓸까 말까를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참고로 당근마켓 계정탈퇴는 간단했어요. 설정에서 탈퇴 이유 선택하고 제출하고 계정 삭제하면 되더라고요. 7일동안 재가입할 수 없고요. 저는 당근페이를 먼저 해지했는데 아래 캡처한 내용을 읽어보니 연결한 당근페이 계정도 함께 삭제라고 쓰여있네요. 좀 더 자세한 계정 삭제 시 주의사항은 캡처내용 참고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저는 장을 보러 마트에 간다거나 동네 산책, 부모님집 가기가 아니고서는 집 밖을 잘 안 나가요. 그러다가 당근 마켓 거래라도 하면서 밖에도 나가고 대인관계, 사회성을 좀 더 길러보자는 마음에 당근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돈 버는 목적보다 외부로 저를 나가게 하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었던 거죠. 그래서 초반부터 노쇼였지만 참았고 비매너 거래자를 만나도 참았어요. 소심하고 사소한 일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저한테는 당근 거래가 잘 돼도 두근거림(안 좋은 느낌으로)이 항상 있었어요.
그러다가 며칠 전 오랫동안 안 나가던 상품을 어떤 분이 사겠다고 챗팅을 걸어왔어요. 직거래 장소와 시간에 대한 약간의 찜찜한 느낌이 있었지만 큰 문제없는 대화였고 그다음 날 약속을 잡게 된 거예요. 그런데 이제 와서 대화 내용을 다시 보니 그분의 답하는 스타일이 좀 뭔가 이상하긴 했어요. 언뜻 보면 문제없어 보이는 대화처럼 보이지만 아무튼 좀 그랬어요. (당근 계정 탈퇴 전에 대화 내용을 캡처해놨었는데요. 그 사람 당근 닉네임도 보기 싫어서 지금은 삭제를 한 상태라 여기에 올릴 수는 없어요. 만약 삭제를 안 했어도 안 올렸을 거지만요. 그 사람이 혹시라도 볼까 봐 무섭거든요.ㅜ.ㅜ)
어쨌든 그 약속한 날이 되고 혹시 몰라서 약속 시간 45분 전에 확인차 챗팅 글을 남겼어요. 원래는 그 확인 채팅에 거래자가 답을 안 한다면 안 나가려고 했는데 (전에 노쇼를 한 번 당하고 거래하러 나가기 전에 확인차) 그날따라 팔고 싶은 마음과 밖에 나가서 바람을 쐬고 싶은 마음이 컸나 봐요. 그리고 거래자의 정보를 봤을 때 시간 약속을 지킨다는 배지였나 그것도 있었어서 답장이 계속 없었지만 그냥 나갔어요. (하필 제가 가져간 물건이 무거운 거라 들고 가기도 힘들었는데.. 에혀..)
그렇게 만나기로 했던 시간 5분 전에 약속장소에 도착을 했는데 역시나 거래자가 안 보여서 도착했다는 채팅 글을 남겼어요. (참고로 제 인상착의도 알려드렸어요. 찾기 편하시라고.. 그게 화근이었나...) 역시나 이 글에도 답은 없었어요. 그렇게 10분 정도를 기다리다가 이미 약속시간이 지나서 마지막으로 채팅 글을 남겼어요. 앞으로 15분 정도만 더 기다리고 가겠다는 내용의 글이었어요. 왜 답도 없고 안 오냐 따지고 싶었지만 혹시 뭔가 사정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는 못 하겠더라고요.
마지막 챗팅 글을 남기고 2분인가 3분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을 거예요. (역시나 답은 없었어요.) 제가 핸드폰을 보고 있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약간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저기요~라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저한테 하는 말 같아서 본능적으로 그쪽을 쳐다봤어요. 정면에서 오른쪽 방향쪽으로 나이 많은 여자분이 한 분 걸어오시더라고요. 얼핏 봐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흰머리가 희끗희끗 보였었고 덩치는 일반적인 체형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튼 그분이 저한테로 막 걸어오시길래 저는 당연히 당근 거래자라고 생각을 했어요. 기쁜 마음에 반갑게 그분을 보고 있었는데 저한테 귓속말을 하려고 하시는 거예요. 거기서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저는 바보같이 그 분이 걸어오시다가 저한테 도움을 청할 일이 생겼거나 조용하게 말하고 싶은 성격인가 보다 생각하고 뒤로 피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그렇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나 기다렸는데 2초였나 잠깐 정적이 흐르고 저한테 딱 한마디를 했어요.
xxx아...
세상에나.... 내가 이런 상스러운 욕을 귓속말로 듣게 될 줄이야. 그것도 모르는 여자한테 무방비로 언어 폭력을 당하고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 몇 초동안 가만히 굳어있었어요. 그 사람은 그렇게 쌍시옷 단어를 남기고 제 뒤쪽으로 휙 가버렸어요. 저는 무서워서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그 상태 그대로 앞으로 쭉 계속 걸어갔어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에 있던 당근 앱을 켜고 현재 판매하고 있는 상품을 모두 삭제하고 당근 페이도 해지하고 당근 계정 탈퇴를 했어요. 그리고 혹시 따라올까 무서워서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최대한 멀리 돌아서 가면서 계속 뒤를 돌아봤어요. 집 앞에 와서도 주변을 둘러보고 그 여자가 없는 걸 확인한 후 재빨리 뛰어 들어왔어요.
집에 와서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다시 생각을 해보니 제가 만난 그 여자가 당근거래자였는지는 사실 모르겠어요. 확률이 반반인 것 같기는 해요. 그렇지만 마지막 채팅 댓글을 남기고 몇 분 후에 바로 저기요~ 이렇게 부르고 그런다는 건 타이밍이 너무 딱 맞아서 이상해요. 혹시 약속 장소와 시간에 불만을 갖고 나한테 앙갚음하려고 나왔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진짜 제가 지지리 운이 나빠서 하필 그 자리에 있어서 그 이상한 여자를 만나게 된 걸까 등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래서 밖에 더 못 나가겠어요. 저한테 왜 그러세요..ㅜ.ㅜ)
어쨌든 만약 그 여자가 거래자가 아니었어도 당근거래를 하러 간 자리에서 약속 시간에 나오지 않은 사람 때문에 제가 그런 여자를 만나게 된 거니까 당근 마켓 탈퇴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동안 몇 번 거래를 하는 동안에도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이제 더는 못 하겠어요. 평소에도 겁이 많아서 옆으로 지나가는 아저씨들도 경계를 했었는데 이제는 아줌마, 할머니까지도 경계할 것 같아요. 아.... 진짜 오랜만에 미용실에서 머리도 하고 이제 밖에 좀 자주 나가려고 마음먹었는데 이런 일이 생기고 나니 당분간은 또 집안에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지금 포스팅을 하는 순간에도 얼굴로 열이 오르고 손 발이 차가워지고 컨디션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고 있어서 이제 그만 써야겠어요.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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