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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싸리 일상이야기

당근마켓 첫거래에서 "노쇼" 당한 이야기. (결론은 해피엔딩?)

by 백싸리7 2022.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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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래간만에 마음의 상처를 제대로 받은 이야기를 할까 해요. 포스팅이 좀 길어질 것 같은데 그래도 다 읽어 주실 거죠? 감사합니다.^^*
참고로 제 mbti는 ISFJ로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바깥에 잘 나가지는 않지만 만약 약속이 잡힌다면 시간 약속은 정말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예민하고 싫은 소리 잘 못하는 그런 성격이에요. 상처도 잘 받고 소심하고 감정 기복도 심한 편이에요.

어쨌든 이러한 성격으로 당근 마켓 거래를 실제로 해본 건 최근에 딱 한 번(구매)이었어요. 그것도 용기를 엄청 내고 몇 주를 검색하고 고민하다가 나갔는데 다행히 친절한 판매자를 만나서 좋은 기억으로 상품 구입을 성공했던 거예요.

이 거래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당근 마켓에서 상품을 판매하고자 물건을 몇 개 올렸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사겠다는 채팅이 없더라고요. 그렇게 며칠 후 끌올을 하고 또 다음에 끌올을 한 번 더 하고 나니 딱 한 군데서 채팅 댓글이 달린 거예요. 어찌나 기쁜지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어요. 나도 드디어 첫 판매구나!!!

그분의 채팅 스타일은 단답형이었지만 꽤 매너 있는 느낌이었어요. 귀여운 이모티콘도 같이 보내시더라고요. 매너 온도도 저는 처음이라 낮은데 그분은 꽤 높았던 걸로 기억해요. 그날은 이미 늦은 시간이라 내일 오전에 만나는 걸로 약속을 잡았어요. 그때부터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고 어떤 쇼핑백에 넣어갈까 이것저것 찾아보고 혹시 상품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번 체크를 했어요. 그리고 첫 개시 기념으로 그분께 뭔가 서비스를 드리고 싶더라고요. 뭘 드릴까 생각을 하다가 제가 최근에 구입한 양말이 떠올랐어요.

정말 약소하지만 제 기쁜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제 만족감이죠. 첫 판매 기념이요.)
어쨌든 그날 계속 두근거려서 새벽이 훌쩍 지나서야 겨우 잠이 들고 역시나 눈은 아침 6시에 뜨이더라고요. 불면증은 신경 쓸 일이 생기면 평소보다 더 심해졌어요. 그렇게 비몽사몽으로 아침밥을 챙겨 먹고 아직 한참 남은 시간을 계속 쪼아 가면서 어떤 옷을 입고 갈까 혼자 쇼를 했어요. 그리고 현금으로 주시면 상관없지만 혹시 계좌번호를 물어보시면 알려드려야 하니까 메모에 적어 놨어요. 혹시 몰라 요즘 많이들 하시는 당근 페이에 계좌까지 연결했어요. 제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한 거예요.

사실 이쯤 되니 몇 천 원 벌자고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현타가 왔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뭔가 해보고자 마음을 먹은 김에 끝까지 잘해보려고 생각했어요.
집중 안 되는 tv 프로그램을 이리저리 돌려 보다 보니 얼추 출발할 시간이 되더라고요. 또다시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어요. 핸드폰 시간을 분단위로 확인하다가 제가 정해놨던 시간이 되자 바로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섰어요. 사실 제가 골반이 좀 안 좋은데 오늘 아침에 찌릿 통증이 약간 올라와서 혹시 걸어가다가 중간에 통증 때문에 천천히 걸어야 하는 상황이 올까 봐 좀 일찍 출발을 했더니 (다행히 골반 컨디션이 괜찮아져서) 약속시간보다 20분 전에 도착을 했어요.

바로 당근 거래자분께 도착했다는 채팅을 남기면 부담되실까 봐 일부러 약속시간 5분 전에 도착했다고 글을 달았어요. 그런데 답글이 없는 거예요.
그때부터 기분이 싸했어요. 에이 설마 노쇼가 많다고 해도 이렇게 첫 번부터 노쇼에 걸릴까~ 아닐 거야.^^

그런데 약속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는 거예요. 약속시간보다 10분이 지났을 때 다시 채팅을 남겼어요. 그런데 이번에도 답이 없었어요. 허.. 허.. 설마... 이 상황 진짜인 거야? 그거? 노쇼?
바로 핸드폰으로 노쇼에 대해서 검색을 해보니 20분 정도 기다리고도 안 오면 노쇼로 봐도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10분을 더 기다려보기로 했는데 역시나... 혹시 몰라서 다시 글을 남겼는데 역시나 답장이 없었어요. 그때의 절망감이란. ㅜㅜ

그렇게 터벅터벅 길가에 핀 예쁜 꽃들을 즐기지도 못하고 우울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어요.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첫 번째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역시 나는 뭘 하지 말이야 하나 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근 거래는 사람을 만나야 하기에 (물론 비대면 문고리 거래도 있지만 집을 알려주는 건 제 성격상 말도 안 되잖아요.) 정말 큰 용기를 내서 시작한 건데 노쇼는 꿈에도 생각을 못 한 거예요. 전에 5년 동안 식당 일을 했을 때도 노쇼는 거의 몇 건 없었는데 이걸 단 한 번에 당해보니 기대가 컸던지라 너무 속상했어요.

집에 오자마자 당근 페이도 해지하고 당근 마켓 탈퇴까지 하려고 들어갔다가 혹시 그분이 나중에라도 연락을 하시면 어쩌나 생각이 들어서 그냥 놔두고 있었는데 조금 있다가 답장이 왔어요.

어머~ 정말 죄송해요. 제가 깜빡했어요. 어떡해요. 너무 미안해요. 어째요~ ㅜㅜ

저는 그 답글을 보고 그냥 어쩔 수 없죠. 괜찮아요.라고 말하려다가 당근을 하게 되기까지 대망의 첫 구입 약속 채팅까지 그리고 당근 탈퇴도 고려하는 현재 상황까지 다 너무 억울해서 제 상황을 짧게 설명드렸어요. 그러고 나서 거래는 없던 일로 하자고 말씀드리고 괜찮다고 했어요. 답장이 바로 오지는 않더라고요. 그렇게 마무리되나 싶었어요. 그런데 그분께서 답글을 다셨더라고요.

정말 정말 죄송해요. 제가 집 앞으로 가지러 가면 안 될까요? 정말 다시 미안해요.

에고... 어쩌지..ㅜㅜ 처음엔 긴가민가 했지만 댓글을 보니 정말 미안하신가 보다. 생각이 들었어요. 상처 받았던 제 마음이 조금은 풀리더라고요. 그래서 약속 장소를 다시 정하고 만나기로 했어요.

오늘 시간이 안 되면 다시 연락드려도 될까요?

이 답글이 와서 시간 날 때 연락 주세요.라고 말씀드렸어요. 이후에 약속대로 제가 거래에 성공한다면 따로 후속 포스팅은 안 할 건데요. 만약 거래를 끝내 못하게 된다면 노쇼 후속 올릴게요.
제발 제가 노쇼 후속을 올리지 않길 바랍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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