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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싸리 일상이야기

엄마에게 유난히 운수가 좋았던 운수 좋은 날.

by 백싸리7 2022.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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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아빠가 처음 로또 3등에 당첨이 된 후부터 더욱 더 로또를 매주 구입하시는 우리 엄마.
아빠는 자동. 엄마는 수동으로 하시는데 두 분이 은근히 경쟁을 하고 계시는 것 같았어요. 그러던 중
저번 주에 엄마가 수동으로 구입한 로또 한 장에서 4등 1개와 5등 2개가 나와서 한 껏 자신감이 올라갔던 상태였어요. 며칠동안 열심히 숫자를 조합하시고 어제 로또 만원어치를 샀는데요.

저도 엄마랑 장도 볼 겸 옷 구경도 할 겸 같이 따라갔었거든요. 마침 엄마가 전부터 사고 싶다고 하셨던 간절기 점퍼도 운좋게 너무 좋은 가격에 구입도 하고 심지어 예쁜 겨울바지까지 서비스로 받은 거예요. 이런 일이 잘 없는데 엄마도 저도 덩달아서 기분이 한 껏 들떠 있었어요.

그렇게 쇼핑과 장보기, 로또 구입을 다 마치고 업된 기분으로 집에 와서 평소 자주 하던 고스톱을 치게 됩니다. 엄마랑 저랑 취미로 종종 치는데요.




이긴 사람의 점수를 적고 마지막에 각자 최종 합산 점수를 계산해서 더 높은 사람이 2천원을 가져가는 아주 소소한 게임이예요. 위에 사진처럼 저런 식(왼쪽 엄마, 오른쪽 나)으로 적었던 거예요.

평소 점수가 많이 나 봐야 쓰리고 등등을 해도 100점 나기가 정말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첫판부터 엄마가 160점을 난 거예요.
피박에 흔들고 쓰리고 등 제가 정신없이 순식간에 말려서 너무 큰 점수를 처음부터 내준 거예요.




그 후에도 2번째 판 제 승리(9점)를 제외하고는 위에 점수판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100점대 점수가 2번이나 더 나왔어요. 승부욕이 강하신 엄마의 기분은 이미 하늘을 날고 계셨어요.
엄마는 오늘 진짜 왜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다고 이상하시다면서 아무래도 이따 로또가 되려나보다고 엄청 기대하시는 눈치였어요.
저도 승부욕이 만만치 않은데 엄마가 너무 좋아하시니까 같이 좋아해드리면서 8번째 판을 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엄마의 핸드폰 전화벨이 울립니다.

어제가 토요일이었으니까요. 그 전날 금요일에 같이 식사를 하시고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셨던 엄마의 지인에게 온 전화였어요.

참고로 코로나 이후로는 모임을 엄청 자제하고 밥 먹자는 말도 먼저 안 하시는 엄마인데 오랜만에 로또 4등이 돼서 기분이 좋으셨던 건 지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으셨던 건 지 갑자기 모임을 주선 하신 거예요. (저는 더 심하게 거의 집에만 있고 친구들도 1년에 한 번 만났어요. 무서워서 코로나 백신도 안 맞았어요. 엄마는 잦은 대상포진때문에 2차까지만 접종.) 그렇게 목요일에 재밌게 놀고 오셨는데....

전화하신 지인이 코로나가 확진됐다는 거였어요. 직업이 요양보호사여서 코로나 검사를 자주 하시나봐요. 그런데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목요일에 엄마를 만나신 거고 그 결과가 금요일 낮에 나와서 자가격리 하러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밀접 접촉자였던 엄마에게 전화를 거신 거예요.
그 전화는 진짜 저희 집에는 날벼락과 같았어요. 요즘 코로나 검사 안 받아 본 사람 거의 없죠?
그런데 저희 엄마, 저 그리고 ... 아무튼 검사 조차 받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외부 활동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더 강하게 방역, 위생에 유독 신경을 썼기 때문에 검사 조차도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오고 당장 검사부터 어떻게 해야 되나 허둥지둥 친구에게 물어보려고 전화를 걸었어요. 보건소에서 엄마는 PCR검사를 받고 저는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자가검사키트는 구입해놓게 당연히 없어서 엄마와 우선 보건소로 갔어요.

그런데... 토요일은 12시반이었나 아무튼 오후까지 운영을 안 한다는 일요일도 안 하고요. 코로나 검사 시간 현수막이 보이더라고요. 하필 가능 날이 장 날이라고 주말이 걸린 거예요. 그래서 바로 옆 약국에 자가검사키트를 사러 들어 가려는데 앞에 진단검사키트 품절이라고 붙어 있는 거예요. 아우.ㅜㅜ

바로 근처에는 약국도 없는데 좀 더 걸어가야 되는데 이미 아까 낮에 신나게 걸어다녀서 다리가 아픈 상태였는데 보건소까지 걸어 오는 것도 너무 힘들었는데 진짜 절망스러웠어요. 사정상 따로 계셨던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서 (전에 자가검사키트 4개 구입해놓으심) 키트 가져다 주실 수 있냐고 여쭤봤는데 하필 또 시멘트 작업인가를 하느라 온 몸에 묻어서 밖에 못 나가신다고...ㅜㅜ 진짜 오늘 왜 이럴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좀 더 멀리 떨어진 약국으로 가서 겨우 키트3개를 구입해서 집으로 힘겹게 돌아왔어요. 가격은 개당 6천원이었네요.
그리고 오자마자 가장 밀접촉자인 엄마만 자가키트 검사를 했어요. 처음이라 어떻게 하는 건지 검사 방법을 한참 봐드렸네요. 15분~30분 기다리라고 해서 그 동안 화장실이 있던 안방에 엄마 거취를 마련했어요. 원래 제 옷과 물건이 있는데 당장 필요한 것만 거실로 꺼냈어요.

다행히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지만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고 나중에 양성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이 있어서 월요일에 보건소에서 정확한 검사를 하기로 하고 그 전까지 저희 집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따로 생활하고 있어요.

참고로 저는 거실에서 지금 생활중이에요. 잠도 거실에다 이불펴고 잤어요. 그리고 밥은 식판에 준비해서 엄마방으로 넣어드리고 있어요. 식기류도 열탕소독을 해야 된다던데 그건 확진이 된다면 하려고요. 아니면 젓가락, 숟가락, 접시, 밥공기, 종이컵 등 일회용 제품을 사서 쓰려고요.

어제 한바탕 소동이 있고 모든 가족들이 새벽 2시가 넘어서까지도 잠을 못 잤어요. 하필 비는 왜 이렇게 무섭게 오는지(산불 생각하면 너무 감사한 비님) 상황이 그래서 그랬는지 심장이 더 벌렁거려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겨우 잠들고 7시에 눈을 뜨고 엄마 식판에 다시 밥과 반찬을 담고 엄마를 깨워서 식사하시라고 했네요.

안방에는 티비가 없는데 엄마가 너무 심심하고 외로우실까 그게 또 걱정이예요. 아침에 갑자기 등이 아프다. 발이 아프다 하시는 엄마의 말이 또 신경이 쓰이고 큰 일 없을 거라고 걱정하지마시라고 말씀드리는 것 밖에 못 하고 있네요. 안 그래도 코로나가 아니라도 아픈 곳 천지인데...
아무튼 저는 아직 괜찮아요.
저는 아마 코로나 안 걸릴 거예요. 코로나 시대 몇 년동안 몸을 그렇게 사리면서 힘들게 살았는데 이제와서 걸릴 수는 없죠. 걸리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요. 절대 아닐 거라고 믿어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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